형사
부산검사출신변호사의 자금추적 파일 #1 새마을금고에서 돈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본문
추리로 읽는 금융범죄
THE KIM LAW FIRM
①
새마을금고에서 돈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그 땅엔 아무것도 없었다
부실 PF 대출 — 미래를 담보로 잡은 사람들
검사 출신 변호사의 자금추적 파일
프롤로그 — 완벽한 파일
대출 파일 하나가 책상에 올라왔다.
한 부동산 개발사업에 내준 수십억 원짜리 PF 대출. 감정평가서, 사업계획서, 시공사 도급계약서, 분양 전망 보고서까지 빠짐없이 붙어 있었다. 심사위원회 의결서에는 도장이 가지런했고, 결재 라인도 정상이었다.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런데 수사관의 눈에 딱 하나가 걸렸다. 대출이 실행된 다음 날, 그 돈의 절반이 어디론가 빠져나갔다는 것. 정상적인 사업이라면 돈은 땅값으로, 공사비로 천천히 흘러야 했다. 그런데 이 돈은 나가자마자 절반이 증발했다.
수사관은 펜을 내려놓고 생각했다.
"이 돈은 처음부터 사업에 쓸 생각이 없었구나."
1막 — 미래를 담보로 잡는다
PF,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묘한 대출이다.
보통의 대출은 땅이나 건물 같은 손에 잡히는 담보를 잡는다. 그런데 PF는 아직 짓지도 않은 건물에서 “앞으로 나올” 분양수익을 담보로 잡는다. 미래의 돈을 보고 현재의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사업이 잘되면 모두가 웃는다. 하지만 사업이 엎어지면 갚을 길이 없다. 위험이 큰 만큼 심사가 생명이다. 이 사업이 정말 될 사업인지, 시행사가 미덥는지, 자금 계획이 탄탄한지를 깐깐하게 따져야 한다.
문제는 이 “미래”라는 게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포장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포장을 안에서 눈감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심사라는 관문은 종이 한 장보다 얇아진다.
2막 — 5천만 원짜리 회사
사건의 중심에는 늘 한 회사가 있다.
자본금 5천만 원, 직원도 몇 없는 시행사. 이름뿐인 페이퍼컴퍼니다. 이 회사가 “○○지구 주상복합 개발사업”이라는 거창한 계획을 들고 금고를 찾아온다. 감정가는 후하게 매겨져 있고, 분양 전망은 눈부시게 밝다.
그런데 이 시행사 대표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어딘가에서 금고 임원과 연결된다. 직접 아는 사이거나, 한 다리 건너 얽힌 사람이다.
그때부터 대출은 이상하리만치 순조롭다. 정상이라면 까다로웠을 심사가 술술 통과되고, 결재가 막힘없이 올라가고, 실행 버튼이 눌린다. 돈이 나가는 그 순간,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3막 — 공사비라는 이름의 증발
대출금은 원래 토지를 사고 건물을 짓는 데 쓰여야 한다. 그런데 이 돈은 다른 길로 샌다.
일부는 “컨설팅비”, “용역비”, “자문료”라는 이름으로 빠져나간다. 받는 곳은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 거기서 현금으로 바뀌거나 여러 계좌로 쪼개져 흩어진다.
땅은 사긴 샀는데,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샀다. 매도인과 짜고 가격을 부풀린 뒤 그 차액을 되돌려받는 이른바 업(up)계약이다.
공사는 어떨까. 첫 삽도 뜨지 않았는데 서류상으로는 “기성고 30% 달성”으로 둔갑한다. 그 거짓 진척도를 근거로 다음 회차 대출이 또 나간다.
그렇게 그 땅엔, 결국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는다. 남는 건 잡초 무성한 공터와, 어디론가 사라진 수십억 원뿐이다.
4막 — 돈은 거짓말을 못 한다
수사관은 서류를 덮고 계좌를 열었다.
서류는 사람이 만든다.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완벽하게 꾸밀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실제로 흘러간 길은 꾸미기 어렵다. 일단 움직인 돈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이 실행된 직후 72시간을 들여다봤다. 정상적인 사업이라면 이 시간 동안 돈은 토지 매입과 공사 준비로 흐른다. 그런데 이 돈은 달랐다.
공사비라면서 건설현장이 아니라 임원 지인의 회사로 갔고, 토지대금이라는데 매도인이 일부를 곧바로 돌려줬으며, 기성고는 30%라는데 현장 사진엔 잡초만 무성했다.
서류 속 사업과 돈이 그린 동선이 완전히 어긋났다. 그 어긋남이 시작되는 첫 분기점 — 거기에 모든 답이 있었다.
에필로그 — 첫 72시간
부실 PF 사건은 화려하다. 사업계획서는 두껍고, 감정평가서는 그럴듯하고, 등장인물도 많다. 그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기면 길을 잃는다.
진짜 단서는 늘 단순한 곳에 있다. 대출이 나간 직후, 그 돈이 처음 어디로 갔는가. 정상이라면 토지와 공사로 흐르고, 그렇지 않다면 엉뚱한 곳으로 튄다. 그 첫걸음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검사의 한마디 부실 PF 사건에서 진짜 단서는 화려한 사업계획서가 아니다. 대출 실행 후 72시간, 그 돈이 처음 어디로 갔는가다. 정상적인 사업이라면 돈은 토지와 공사로 흐른다. 그렇지 않다면, 그 첫 분기점에 모든 답이 있다. |
법으로 정리하면
부실 PF는 보통 업무상배임(형법 제356조)으로 다뤄진다. 금고에 손해를 끼치면서 시행사에 부당한 이익을 줬기 때문이다.
빼돌린 돈을 세탁했다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회계분식이 끼어 있다면 별도의 회계 범죄가 더해진다. 피해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형이 무거워진다.
변호사의 시각
방어 전략 — 의뢰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지금까지는 수사하는 쪽의 시선이었다. 그런데 모든 부실 PF가 범죄인 것은 아니다. 사업은 원래 위험하고, 위험한 사업은 때로 실패한다. 실패한 대출과 범죄인 대출은 다르다. 변호인은 바로 그 경계에 선다.
경영판단의 항변 —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본다
배임죄는 손해라는 결과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핵심은 대출 당시 임무를 위배했다는 인식, 즉 고의다. 충분한 심사를 거쳐 합리적 근거로 내린 여신이라면, 사후에 사업이 엎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이 되지 않는다. 변호인은 대출 시점에 존재했던 감정평가·시장전망·내부심사 자료를 모아 '그때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를 입증한다. 결과론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수사 논리를 끊는 것이 첫 번째 방어선이다.
손해와 인과관계를 다툰다
배임의 손해는 막연한 '부실'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산정되어야 한다. 담보가치, 회수 가능성, 사후 변제액을 따져 실제 손해액이 검찰 주장보다 작다는 점을 다툰다. 손해액이 줄면 특정경제범죄법 가중 구간에서 벗어나 형량 자체가 달라진다. 자금추적은 수사의 무기이지만, 동시에 변호인이 '이 돈은 실제로 사업에 쓰였다'를 입증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공모관계의 단절 — 어디까지 알았는가
임직원이 시행사의 빼돌리기 의도까지 공유했는지가 갈림길이다. 정상 절차로 대출을 처리했을 뿐 이후의 자금 유용은 알지 못했다면, 배임의 공범이 아니다. 통화·메신저·결재 기록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관여의 범위'를 명확히 선 긋는 작업이 의뢰인을 지키는 핵심이 된다.
초기 대응이 형량을 가른다
수사 초기의 진술 한 줄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한다. 피의자신문 전 사실관계와 자료를 정리하고, 다툴 쟁점과 인정할 부분을 미리 가른다. 피해 회복·공탁, 수사 협조 같은 양형 요소도 시점이 중요하다. 늦기 전에 변호인과 전략을 세우는 것이 결과를 바꾼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과 무관합니다.
구체적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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